지난해 가을, 카드 명세서를 열어보고 숫자가 안 믿겨서 두 번 확인한 적이 있다. 외식비만 월 68만 원. 둘이 사는 집에서 이 정도면 좀 심하다 싶었다. 그때부터 생활비 줄이기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기 시작했고, 소위 앱테크라고 불리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깔아봤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살아남은 앱이 있고 삭제한 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본다.
만보기 앱 7개를 동시에 켜본 사람의 결론
앱테크의 시작은 대부분 만보기인데, 여기서 현실과 기대의 괴리를 처음 맛본다.
캐시워크, 토스 만보기, 모니모, 공구마켓까지 한 번에 7개를 깔았던 적이 있다. 출퇴근길에 만 보 걸으면 돈이 된다길래. 첫 주는 뭔가 쌓이는 느낌에 나름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2주째 접어들면서 현실을 마주했다. 토스 만보기가 하루 최대 140원, 캐시워크가 100캐시인데 현금 환산하면 60원 남짓. 7개 앱을 다 합쳐도 하루에 400~500원 수준이었다. 한 달이면 만 오천 원 정도. 숫자만 보면 커피값은 되는데, 문제는 배터리였다. 만보기 앱 여러 개가 GPS를 계속 잡고 있으니 오후 3시쯤 되면 배터리가 30% 아래로 떨어졌다. 배터리 걱정하면서 앱 관리하는 시간까지 따지면,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 3개월 만에 토스 만보기 하나만 남기고 다 지웠다. 토스는 어차피 금융 앱으로 쓰고 있으니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만보기 앱테크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은 이렇다. 원래 많이 걷는 사람이 앱 하나 깔아두는 거라면 괜찮다. 근데 돈 벌겠다고 앱을 여러 개 깔아서 관리하는 건, 시간 대비 효율이 안 맞는다.
진짜 돈이 아껴지는 건 ‘벌어주는 앱’이 아니라 ‘안 쓰게 해주는 앱’이었다
이걸 깨닫기까지 좀 돌아갔다. 처음에는 “돈 버는 앱”에만 관심이 있었다. 걸으면 돈, 광고 보면 돈, 출석하면 돈. 근데 이런 식으로 한 달에 벌 수 있는 금액이 현실적으로 1~5만 원 선이라는 걸 체감하고 나니, 방향이 바뀌었다. 한 달에 3만 원 버는 것보다 한 달에 30만 원 덜 쓰는 게 열 배 효과가 크다. 당연한 말인데, 앱테크에 빠져 있으면 이걸 놓친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가계부 앱부터 제대로 쓰기 시작했다. 뱅크샐러드를 카드 연동해서 깔았는데, 첫 달 소비 분석 리포트를 보고 좀 충격을 받았다. 편의점 지출이 월 12만 원이 넘었다. 매일 출근길에 커피 하나, 간식 하나 사는 게 쌓이니 그렇게 된 거다. 이게 안 보이면 절대 못 줄인다. 가계부 앱의 핵심은 돈을 벌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다. 기록만 해도 소비가 15~20%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감한다.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손이 멈춘다.
생활비 줄이기의 진짜 출발점은 앱을 까는 게 아니라, 내 소비 패턴을 정확히 아는 것이었다. 문제를 모르면 해결책도 엉뚱한 데서 찾게 된다.
기프티콘 앱과 중고 플랫폼, 체감 절약 효과가 가장 컸던 것들
소비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같은 걸 더 싸게 사는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이다.
니콘내콘을 처음 깔았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기프티콘을 사고파는 앱인데, 남이 안 쓴 기프티콘을 10~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스타벅스를 자주 가는 편인데, 여기서 스타벅스 쿠폰을 15% 정도 싸게 산 적이 꽤 된다. 한 잔에 600~700원 정도 아끼는 건데, 이게 한 달에 열다섯 잔이면 만 원 가까이 된다. 편의점 상품권도 마찬가지다. 자주 쓰는 곳의 쿠폰을 미리 싸게 사두는 습관을 들이니, 월 2~3만 원은 자연스럽게 줄더라.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다. 니콘내콘에서 “싸니까” 원래 안 살 것까지 사게 되는 함정이 있다. 할인된 가격을 보면 괜히 이것저것 담고 싶어진다. 처음 한 달은 오히려 기프티콘 지출이 늘었다. 이건 좀 웃기는 상황이었다. 절약하려고 깐 앱에서 더 쓰고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원래 쓸 것만 산다는 규칙을 스스로 정해놓고 쓴다.
당근마켓은 이미 다들 쓰고 있겠지만, 생활비 줄이기 관점에서 보면 중고거래보다 ‘같이사요’ 기능이 더 쓸모 있었다. 동네 사람들끼리 대용량 생필품을 공동구매해서 나누는 건데, 계란이나 과일처럼 대량으로 사면 확 싸지는 물건에 특히 효과가 크다. 근처 이웃과 달걀 한 판을 반씩 나눠 산 적이 있는데, 마트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30% 넘게 싸졌다. 다만 서비스 가능 지역이 아직 제한적이라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옷장에서 돈이 나온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었다
시유어겐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패션 브랜드에서 구매한 옷을 반납하면 구매가의 최대 40%까지 리워드 포인트를 돌려주는 구조다. 반납된 옷은 수선 후 저렴하게 재판매된다. 아나바다의 ‘다시쓰기’를 비즈니스로 만든 셈이다. 아내가 옷장 정리하면서 안 입는 옷 다섯 벌을 반납했는데, 포인트로 환산하니 7만 원어치 정도가 됐다. 그 포인트로 다시 저렴한 리퍼비시 옷을 샀으니 실질적으로 옷값이 상당히 줄었다.
아 근데 이건 좀 다른 맥락인데, 요즘 중고 의류 앱 사용자가 전체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옷값이라는 걸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다이소몰 앱 사용자가 2026년 2월 기준 5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42% 늘어났고, 당근마켓도 계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숫자들을 보면, 절약이 개인 취향이 아니라 시대 흐름이 된 느낌이다.
6개월 써보고 정리한 앱별 체감 효과
| 앱 유형 | 대표 앱 | 월 체감 절약액 | 지속성 |
|---|---|---|---|
| 가계부·소비관리 | 뱅크샐러드, 토스 | 15~30만 원 | 높음 |
| 기프티콘 할인 | 니콘내콘, 기프티스타 | 2~4만 원 | 중간 |
| 중고거래·공동구매 | 당근마켓 | 5~15만 원 | 높음 |
| 의류 리셀·반납 | 시유어겐, 차란 | 비정기적 | 낮음 |
| 만보기·리워드 | 캐시워크, 토스 만보기 | 0.5~1.5만 원 | 낮음 |
표로 정리하고 보니 더 명확해진다. 만보기처럼 “돈을 벌어주는” 앱의 효과는 미미하고, 가계부나 중고거래처럼 “소비 구조를 바꿔주는” 앱의 효과가 압도적이다. 여기서 ‘그러면 만보기 같은 건 아예 안 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본다. 원래 걷기 습관이 있는 사람이면 토스 만보기 하나 정도는 켜두는 게 나쁘지 않다. 다만 이걸로 생활비를 줄이겠다는 기대는 접는 게 맞다.
자주 묻는 질문(FAQ) ❓
앱테크로 현실적으로 한 달에 얼마나 벌 수 있나요?
만보기·출석체크·광고 보기 같은 리워드형 앱만으로는 월 1~5만 원 선이 현실이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월 20만 원 벌었다”는 후기도 보이는데,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하루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벌기보다는 안 쓰는 데 집중하는 게 효율이 훨씬 낫더라.
니콘내콘에서 기프티콘 사면 정말 할인이 되나요?
평균 10~20% 할인은 실제로 된다. 스타벅스나 편의점 상품권은 물량이 많아서 거의 항상 할인된 가격에 올라와 있다. 가끔 유효기간이 임박한 쿠폰은 30%까지 싸게 나오기도 한다. 대신 유효기간 확인을 꼭 해야 한다. 한 번 기한 지난 쿠폰을 사서 쓸 수 없었던 적이 있다. 소액이라 환불 요청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 이후로는 기한을 먼저 본다.
가계부 앱은 어떤 걸 쓰는 게 좋나요?
카드 자동 연동이 되는 앱이면 뭐든 괜찮다. 뱅크샐러드는 소비 분석 리포트가 상세하고, 토스는 이미 쓰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따로 앱을 깔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앱을 쓰느냐가 아니라 꾸준히 확인하느냐다. 처음 2주만 열심히 보고 안 보게 되면 어떤 앱이든 소용없다.
당근마켓 같이사요는 전국에서 이용 가능한가요?
아직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 중심이라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서비스 초기인 만큼 지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능한지는 앱에서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동네에 참여하는 이웃 수가 적으면 공동구매 자체가 잘 성사되지 않기도 한다.
앱은 도구고, 결국 습관이 바뀌어야 돈이 남더라
6개월 동안 앱테크를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느낀 건, 앱 자체가 생활비를 줄여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운동 앱 깔았다고 살이 빠지지 않듯이, 절약 앱 깔았다고 지출이 줄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같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로를 알려주는 역할은 확실히 한다. 지금 생활비 줄이기를 시작해보려는 분이 있다면, 앱부터 깔지 말고 지난달 카드 명세서부터 열어보시라. 거기서 놀라는 순간이, 진짜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