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재테크 방식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한 가지 장면을 떠올려봤으면 한다. 워런 버핏. 2025년 기준 순자산이 약 1,600억 달러에 달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1958년에 3만 1,500달러를 주고 산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2층짜리 집에 아직도 산다. 68년째다. 아침은 맥도날드 세트. 이걸 보면서 “왜 저렇게 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은 이게 예외적인 일화가 아니라 자산가들의 꽤 보편적인 패턴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소비 비율은 오히려 낮아진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소비성향, 쉽게 말하면 “1원 더 벌었을 때 그중 얼마를 쓰느냐”인데, 이 수치가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확연히 떨어진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은 1.26(버는 것보다 더 쓴다는 뜻)이고, 중산층은 0.52, 고소득층은 0.30 수준이다. 수치로 보면 너무나 명확하다. 소득이 올라갈수록 쓰는 비율이 줄고, 그 차이가 저축과 투자로 간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23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인 슈퍼리치 집단은 월 소득의 57%를 저축하고 37%를 소비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부자는 반대로 소비 59%, 저축 38%였다.
이 숫자들이 왜 중요하냐면, “부자는 돈이 많으니까 당연히 저축도 많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넘기기 쉬운데 사실은 순서가 반대라는 거다. 소비를 통제하는 습관이 먼저 있었고, 그 습관이 자산을 키운 거다. 적어도 연구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그렇다.
과시소비는 누가 더 많이 할까
명품 가방, 수입차를 보면 “부자다” 싶지만, 실제로 과시적 소비가 가장 활발한 계층은 상위 1%가 아니라 중상위층이라는 연구가 많다.
이건 베블런 효과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논의돼온 현상이다.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이미 19세기 말에 ‘유한계급론’을 통해, 과시적 소비의 동기가 “남들과의 차별화 욕구”에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자산이 충분히 많은 최상위층은 이미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검소한 삶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 근데 이건 좀 조심해서 말해야 하는 부분인데, 인터넷에서 “부자는 다 검소하다”라고 단정하는 글이 꽤 돌아다닌다. 그건 과장이다. 고급 소비를 즐기는 자산가도 당연히 있다. 다만 통계적으로 보면, 소득 대비 사치품 지출의 비율은 최상위층보다 그 바로 아래 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부자=전부 검소”도, “명품 쓰는 사람=전부 허세”도 아니다. 비율의 문제다.
먼저 투자금을 빼고, 남는 돈으로 산다
부자들의 재테크 핵심은 “쓰고 남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할 돈을 먼저 확보하고 나머지로 사는 것”이다.
토머스 스탠리와 윌리엄 댄코가 쓴 《이웃집 백만장자》는 미국 백만장자 1,000명 이상을 2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물인데, 이 책의 핵심 발견이 딱 이거다. 대부분의 백만장자는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라,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되 소비를 철저히 통제한 사람들이었다. 수입보다 적게 쓰고, 남는 돈을 일관되게 투자에 돌린 사람들.
3년 전쯤, 월급에서 자동이체를 먼저 걸어두는 방식을 시도한 적이 있다. 월급 들어오는 날 바로 20%가 투자 계좌로 빠지게 설정했다. 처음 두 달은 꽤 빡빡했다. 생활비가 줄어든 게 체감됐으니까. 근데 석 달째부터는 그 줄어든 금액에 맞춰서 소비가 자연스럽게 조정됐다. 6개월 지나고 보니 이전에 뭘 그렇게 썼는지 오히려 의아한 항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조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소비를 줄이겠다”는 의지보다 “돈이 먼저 빠지는 구조”를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건 확실히 느꼈다.
부자가 쓸 때는 어디에 쓸까
덜 쓴다는 건 안 쓴다는 게 아니다. 자산가들의 소비 패턴을 보면, 건강 관리·교육·경험에 돈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 이상인 한국 부자는 약 47만 6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0.92%에 해당한다. 이들의 자산 구성을 보면 부동산이 54.8%, 금융자산이 37.1%인데, 주목할 건 최근 몇 년 사이 금융자산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한 곳에 집중하기보다 분산 투자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방이나 시계 같은 물건보다, 건강 검진·운동·가족 여행·자녀 교육 같은 항목에 지출 비중이 높다. 물건은 감가상각이 되지만 건강과 교육은 복리로 돌아온다는 걸 체감적으로 알고 있는 거다. 당신도 지난달 카드 명세서를 한번 쭉 훑어보면, 6개월 뒤에도 가치가 남아 있을 소비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될 거다.
| 구분 | 슈퍼리치 (자산 300억+) | 일반 부자 (금융자산 10억+) |
|---|---|---|
| 월소득 중 저축 비율 | 57% | 38% |
| 월소득 중 소비 비율 | 37% | 59% |
| 소비 우선순위 | 건강·교육·경험 중심 | 생활비·교육·건강 순 |
출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3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자주 묻는 질문(FAQ) ❓
부자들은 정말 명품을 안 사나요?
안 산다고 단정 짓는 건 과장이다. 다만 소득 대비 사치품에 쓰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최상위 자산가 중에도 명품을 즐기는 사람은 당연히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게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는 점이다.
월급이 적어도 부자들의 재테크 습관을 따라할 수 있나요?
금액보다 비율과 구조가 핵심이다. 월급이 200만 원이든 500만 원이든, “먼저 투자금을 떼고 나머지로 생활하는 구조”는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10%부터 시작하더라도 자동이체로 구조를 만들어두는 것만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기 시작한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으면 왜 부자가 되기 어려운 건가요?
벌어들인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에 쓰면, 투자에 돌릴 자본 자체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0.30인 반면 저소득층은 1.26이라는 건, 저소득층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 비율을 관리하지 않으면 소득이 올라도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검소하게 사는 것과 돈을 안 쓰는 건 다른 건가요?
완전히 다르다. 검소함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되 가치 있는 곳에는 과감히 쓰는 것이고, 돈을 안 쓰는 건 무조건적 절약에 가깝다. 부자들의 소비 데이터를 보면 건강·교육·경험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평균 이상인 경우가 많다. 쓸 곳을 고르는 기준이 다른 거지, 안 쓰는 게 아니다.
버는 방법보다 쓰는 구조가 먼저다
부자들의 재테크를 다룬 글들을 보면 대부분 “이렇게 하면 당신도 부자가 됩니다” 식으로 끝나는데, 그건 좀 무책임한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소득 수준, 가족 상황, 거주 지역에 따라 현실은 천차만별이니까.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소비의 구조를 바꾸는 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빼놓고 나머지로 사는 구조. 말은 단순한데 실천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뀐다. 부자들의 재테크 비법이라는 게 알고 보면 결국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